밑의 글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앤드류 장의 특강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비록 텍스트 위주의 글이라 좀 아쉽지만 뭔가 의미있는 그런 강의 였다고 생각합니다.
Andrew Chang 특강      (2000.3.15)
“Hey, Chang! 너는 왜 사물을 있는 그대로 꼭같이 그리려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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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표현을 안한다. 그건 참 좋은게 아니다.
컴퓨터의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컴퓨터가 Art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어버린 현실.
모든 것은 연필 끝에서 나와야 한다. 컴퓨터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감성은 더더욱 없다. 이성 발달 vs 감성 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20세기 까지는 편리를 위해 나아갔다. 그러나 21세기는? 바로 감성이 좌우하는 시대이다.
“컴퓨터가 우리 교육을 다 망치고 있어요.” 아까 보면서 (포스터전) 굉장히 Shocking 했다. 전부 컴퓨터 작업물들이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 대학원생 프로니까. 하지만 학부 1년생 때 부터 시작을 컴퓨터로 하니….”
여러분들이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어떤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다면 그건 끝난거나 다름 없다. 땅이 비옥해야 하듯이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짜로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Fine Art 또한 공부해야 한다. 한가지 영역(디자인) 만을 알아가지 고는 절대 생명이 오래가지 못한다. 영감이 나올 수가 없다. 다방면에 대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본인은 언젠가 National Geographic지 기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의 사진 작품에서 하나 생각나는 명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하면서 땅에 떨어지던 찰나에 조종사가 밖으로 튕겨져 탈출해 나오는 장면이었다. 과연 이 현장을 어떻게 찍었는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참 운이 좋았나 봐요. 저런 장면을 찍는 다는게 보통의 행운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텐데요.” 하지만 그 기자는 언제나 사진기를 달고 다니면서 중요한 장면이 있을때 셔터를 누른다고 했다. “2년에 하나 정도는 좋은 장면을 찍을 수가 있지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작품 슬라이드를 보여 줌. (개인적으로 엄청난 수의 포트폴리오들을 볼 수 있었고, 그의 초기 습작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을 보여 주었는데 상당한 감흥이 왔다.)
작품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중간에 도자기로 만든 작품이 있어 잠깐 멈추며 Andrew는 얘기 한다. “그래픽 디자인 하면서 도자기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 “물론 있습니다.” (이 때 ‘나는 어떤가?’ 라는 굉장한 반성이 들었음.)
또 중간에 수채화 작품이 눈에 들어 왔고 이것에 대해 그는 설명한다. “수채화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작품을 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초반에 아직도 디자인 적인 면이 강하지만, 거기에는 드로잉과 Fine Art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음을 볼 수 있죠?”
근본적으로 드로잉이었다. 이게 없으면 디자인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다. 여러분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드로잉이 있는 바탕위에서야 비로소 페인팅이 되고, 사진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는 것이다……
“보통 사진 찍고 그린것과 직접 그린것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청중들 조용. 그 차이점이라면 사진 찍고 그린것은 본인이 보고 느낀것을 크게 그린다는 점이다. 그게 손일 수도 있고, 애기 머리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사람눈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죠. 바로 그릴 때 그 느낌이 와닿는 그런 모습들을 크게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더라도 알 수가 있죠.  
하지만 사진 찍고 그린 그림은 어떻습니까? 사진은 원근법 그대로 화면(사진)에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그대로 그리면 한 마디로 칼같다고 할까요. 매우 정확하게 (기계적인 면이 가미된) 그리는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필링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사진이 나쁘단 얘기는 아닙니다. 편리하고, 특히 시간에 얽매이는 실무에서는 사진만큼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게 어디 있나요?
그림 슬라이드를 계속 보여주면서… 연속적인 그림이 나왔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마치 시간이 흐르듯이 이어 가는 그림들…… “그리다 보면 거기에서 스토리가 나오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바로 세계에 진출했을 때 경쟁상대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이 한국적이다라는 말이 정신적인 것일까요? 외형적인 것일까요? …… 아무도 손 안들음…. 
명성왕후 뮤지컬 공연이 미국에서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미국내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이 공연을 보고 과연 무엇에 깊은 감명을 받았을까요? 정신적인것에서입니까? 외형적인 것에서 입니까?
저는 한국에 올 때마다 기념품 가게에 갑니다. 기억나는 기념품들은 오리(빨강,파랑이 들어간), 탈 등입니다. 우리가 전통색이라고 자부하는 빨강, 파랑이 들어간 이 오리를 미국시장에 내놓는다면 거기에서 성공한다고 보십니까? ” 성공한다고 생각되신다면 발 한번 들어보세요.” (웃음) “성공 못합니다.”
한국에 와서 한국적인 것을 사고 싶어도 살게 없다. 옛날것 판다고 그게 한국적인가? 빨강,파랑 넣은게 한국적인가? 사실 이런 원초적 색깔은 원시적이고 약간 미개한 민족 일수록 많이 사용되는 색이다. 빨강,파랑은 우리 색깔이 아니다. 이런 색깔 쓰는 (좋아하는) 민족들은 외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옛날 것들이 한국적인 것인줄 안다. 이런 옛것들을 외국인들이 살까? 안산다.
여기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외형적인 것과 내형적인 (정신적인) 것의 차이를 말하기 위해서 이다. 작가들은 크게 두가지 유형의 분류로 나누어 진다. 첫째는 외형적인 작가이다. 그 작품들이 아주 독특해서 외형적으로 보았을 때 다른 사람들과 분명한 차별 (시각적으로)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바로 그 카피본이 쏟아져 나온다. 복제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형적인  (정신적인) 것은 어떤가? 제 작품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카피를 잘 못하더라. 나만의 독특한 뭔가가 있었다.
일러스트레이션 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클라이언트의 디멘드 때문에. 저는 FineArt 쪽의 작품을  (병행)하면서 이런 스트레스를 풀어 줬다. “학생 가르치시는 분들, 학생들을 가르칩니까?”  “아니죠. 배우죠? 학생들에게서.”
가끔가다 매우 큰 사이즈의 작품을 해 보아야 한다. 작게만 그린다면 크기에 제한 받고(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다 표현 못한다), 생각또한 제한 받게 된다. 
재료 또한 마찬가지이다. 매우 다양한 재료를 작품을 해 보아야 한다.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와요? 하늘에서 뚝 떨어집니까? 정답은 바로 여러분들 주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근데 보통 우리들은 주위에서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갈수록 더 어려워만 지지요. 그냥 남이야 알아주건 말건 내가 재미있으니까 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게 남한테 인정 받는 것이 되었습니다.
작품 보여주는 과정에서 아주 간단하고 못 그린거 같은 슬라이드 그림에서 잠깐 멈춤. “여러분들, 이런 그림 보니 기분이 어때요?” 기분이 좀 가볍죠. 사람들은 좀 덜되고, 못 그린거 같고,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보면 긴장이 풀리는 심리 상태가 있다. 아주 완벽한 그림 보면 어떤가? 아, 나는 저렇게는 죽었다 깨나도 못할 꺼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한 거리감과 긴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실수된 작품에 대해서…… “저는 실수에 대해 절대 겁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작품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건 아니다라고 실수로 만들어 낸 것들은 버리지 않고 2번째 그런 실수와 연관되는 작품을 다시 그립니다. 그러니 이게 나중에 보니 하나의 작품이 되더라구요.
사실 실수라는 말은 어찌 보면 모순되는 말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으며, 또 역으로 실수된 작품 또한 실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우리의 (한국) 현실을 한 번 돌아봅시다. 모방적인 교육 받고, 아이디어가 없고, 옆집에서 피아노 사니 우리도 사고, 자동차 사니 우리 집도 사야죠. 이건 삶 자체가 피곤한 삶입니다. 부담스런 삶이죠.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포니 타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는데, 소나타 타면 어떻습니까? 탄다는 즐거움 보다 차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죠. (좀 옛날 비유인듯 싶어 포니를 소나타로, 소나타를 그랜져로 정정)
항상 사람은 자기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을 추구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항상 남의 것을 따라하고 싶은 모방의 욕망, 남 보다 나아지고 올라가고 싶은 욕망,  얼마나 피곤한 삶입니까?  한 단계 뒤로 가 보세요. 얼마나 좋아요. 명예,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 거리의 낙서 문화는 이제 하나의 조류가 되어 버렸다. 이게 왜 이런가 하면 사람들은 점점 어린애 처럼 되어지고 싶고, 유치하게 되고 싶고….. 이런 마음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아이콘 그림 하나하나 낙서하듯이 그린 작품을 보여 주면서…… “이를 잘라서 붙여보니 작품이 되었죠.”
<마무리>
그릴 때 그리고, 마실 때 마시고, 놀 때 놀고 하는 그런 작가적인 기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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